여러분이 처음 리더가 되던 시절을 기억하시나요? 오늘은 제가 처음 리더가 되던 시절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리스펙트를 받으세요.

“팀원들의 리스펙트를 받으세요” 제가 처음 리더가 되고 나서 받은 미션이었습니다.

저는 조금 어린 나이에 리더가 되었습니다. 29살, 경력으론 6년 차쯤 팀에서 리더가 되었습니다.
저를 리더로 선임했던 디렉터는 1:1 미팅에서 저에게 하나의 미션을 주셨습니다.

“팀원들의 리스펙트를 받으세요”

아마도 새로 리더가 되시는 분이나, 이직을 통해 리더가 되는 분들에게 가장 큰 미션중 하나일 겁니다.

기존에 있던 팀원들이나 새로운 팀원들에게 리더로써 리스펙트를 받는 것.

이 미션을 이해하는 데는 생각보다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리스펙트를 받는 법

제가 리더가 되던 때 팀원들의 평균 연차는 10~15년 정도였습니다.
그래서 솔직한 마음으로 자만했습니다. 그 사이에서 리더가 되었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제대로 인지하지 못한 채 고무되어 있었습니다.

그 고무감이 지나갈 때쯤 저는 꽤 많은 챌린지에 부딪혔습니다. 제가 가졌던 패기와 자신감은 팀원들이 나를 “신뢰” 하고 “리스펙트” 하는가는 완전히 다른 문제라는 걸 깨달았습니다.

리더가 혼자 일하면 망해요.

제가 리더가 되고난 후, 첫 결과물이 아직도 기억이 납니다.
저는 리스펙트를 잘못 이해했고, 결과물에 제 코드와 욕심을 가득 담았습니다.
욕심이 가득 담긴 프로덕트에 “늦게 퇴근하는 리더“가 되어 있었습니다.

팀원들은 아무도 프로덕트를 위해 일하지 않았고, 열심히 하지 않았습니다.

저는 리스펙트를 받기보단 역시 에너지가 넘치시네요 라는 이야기를 들을 뿐이었습니다.

그때쯤 들은 제 리더쉽 피드백은

리더가 혼자 일하면 망해요

였습니다.

우리 프로덕트의 퀄리티는 중구난방이었고, 크리티컬한 버그들이 산재했습니다. 즉, 팀으로 만든 프로덕트 같지 않았습니다. 각자의 에고가 가득한 프로덕트, 즉 팀원이건 리더건 서로의 욕심으로 가득 찬 프로덕트였습니다.

리더 선임의 이유

제가 팀에서 리더가 되기전에 디렉터께서는 팀원들 모두에게 미션을 주셨고 이를 해결해 나가는 과정을 보고 평가하여 리더를 선임했습니다. 그 과정이 투명했고, 결과에 따라 리더를 선임했기 때문에 모두가 인정했을 거라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실제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여전히 마음속으로 리더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분도 있었을 것이고, 코드를 만드는 관점에선 저보다 뛰어난 분도 분명히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제가 리더가 된 이유는 단 하나 “프로덕트를 완성하는 힘” 이였던 것 같습니다. 즉, 코드를 잘 작성하고, 프로덕트에 에고를 담으라는 게 아니라 팀원과 함께 프로덕트를 완성하라는 의미였습니다.

그 최악의 결과물을 뒤로 하고, 저는 리스펙트에 대해 고민했습니다.

리스펙트를 받으려면, 리스펙트를 먼저 주어라.

제가 선택한 방법은 “리스펙트를 먼저 주는 것” 이였습니다.
제가 있던 팀에서 팀원들 전부 함께 일한지 꽤 오래되었고, 각자의 장단점을 잘 알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리스펙트를 먼저 주기로 결심했고, 실천했습니다.

  • “XX 님은 프로토타이핑이나 툴을 잘 만드시는 것 같아요. 저희에게 이런 프로토타이핑과 저런 툴이 필요한데 한번 만들어주실 수 있나요?”
  • “YY 님은 견고한 구조를 잘 만드시는 것 같아요. 제 니즈는 이런이런/저런저런 건데 혹시 고민해서 같이 구조를 쌓아볼 수 있을까요?”

이 이후, 3개월쯤 후엔 팀원들도 저에게 리스펙트를 주시기 시작했습니다.

  • “도행님은 딱 난관에 도착할 때쯤 찾아오시는게 귀신같으세요. 너무 좋아요”
  • “도행님이 주신 피드백은 인사이트가 있는 것 같아요”
  • “도행님 코드리뷰 너무 빡세요”

(마지막 문장도 전 리스펙트(?)라고 생각합니다ㅋㅋㅋ)

최고의 팀이 최고의 게임을 만든다.

The Best Team makes the Best Game.
최고의 팀이 최고의 프로덕트를 만듭니다.

제가 제일 좋아하는 문장 중 하나입니다. 이 문장을 본건 슈퍼셀이었던 것 같은데 리더가 되어 게임을 만들다 보니 이 문장보다 좋은 문장은 아직 못 찾은 것 같습니다. 리더의 역할은 최고의 팀을 만드는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 다양한 역할이 있겠지만 무엇보다 팀원들에게 “리스펙트를 주고” , “리스펙트를 받는 것” 이 시작점인 것 같습니다.

리더로써, 여러분은 팀원에게 리스펙트를 주고 있나요?
팀원으로써, 여러분은 리더를 리스펙트 하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