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 밸리 전설의 멘토

팀 캠벨은 실리콘 밸리에서 애플, 구글, 페이스북, 트위터, 이베이등의 숨겨진 스승이였다. 그는 독재자형 리더를 인간적인 리더로 바꾸었으며, 개성이 강한 직원들을 헌신적인 팀플레이어로 만들었다. 경쟁이 아닌 협력으로, 명령이 아닌 신뢰로 가장 혁신적이고 협력적인 조직을 만들게 해준 최고의 코치, 그가 빌 캠벨이다.

이 책은 지금은 고인이 된 빌 캠벨의 코칭에 대한 기억을 하나씩 더듬어가는 책이다. 이 책의 저자이자 전 구글 CEO인 에릭 슈미트는 ‘코치’의 가르침을 미래 세대에 전수하기 위한 목적으로 이 책을 썼다고 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정말 많은 내용들이 주옥같았을 뿐만 아니라 경험에서 오는 리더쉽에 대한 인사이트도 많았다. 아래에 내용들은 이 책을 읽으면서 제일 인상깊었던 내용 몇개만 추려서 써내려가려고 한다.

구글이 놓친 한 가지

책의 저자이자 전 구글 CEO인 에릭 슈미트는 《구글은 어떻게 일하는가》에서 전문성과 창의력을 겸비한 새로운 유형의 직원들이 속도전으로 혁신을 달성하는 핵심이라고 주장었다. 실제로 이런 사람들이 있으면 팀의 성과는 올라가고, 혁신이 일어날 수 있고, 구글은 이를 증명한 듯 했다. 하지만 여기에서 크게 놓친 중요한 요소가 있는데 그것은 공동체, 즉 팀이다.

특히 공동체로서의 팀, 즉 팀원들의 관심사를 한데 묶고 차이점을 제쳐두는 팀, 혹은 개인적으로나 집단적으로나 회사의 이익에 몰입할 수 있는 팀이다.

성과가 높은 팀에서 일한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모두 알듯이, 직장에서의 팀은 항상 이런식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그런 팀은 똑똑하고 공격적이면서, 동시에 야심만만하고 의지가 강하며 자기 주장이 뚜렷한 사람들로 채워져 있다. ..중략… 이런 환경에서 이기적인 직원들은 이타적인 직원들보다 더 인정받을 수 있다.

빌 캠벨, 실리콘밸리의 위대한 코치, P42-43

허나 공동체로서의 팀은 충분히 이상주의적일 수 있다. 책에서도 이야기했듯이, 회사에서 공동체적인 팀을 구축하기란 매우매우 어렵다. 오히려 이를 악용해서 가족같은 회사가 될 수도 있다. 이를 위해서 책은 중요한 설계 원칙으로 의사결정과 분쟁을 해결하는 강력한 메커니즘을 개발하는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나는 이 말에 매우 동의한다. 즉 공동체로서의 팀이 되기 위한 사전 조건과 같다고도 할 수 있다.

‘이런 라이벌로 구성된 팀’을 하나의 공동체로 묶어 공동의 목표를 주고 함께 일할 수 있도록 재정비하는 것이다. 2013년에 나온 한 논문에서 이를 위한 설계 원리(design priciples)를 제시했다. 이중 하나는 의사결정을 내리고 분쟁을 해결하는 강력한 메커니즘을 개발하는 것이다.

빌 캠벨, 실리콘밸리의 위대한 코치, P42-43

개인적인 경험에 의하면, 의사결정과 분쟁을 해결하는 메커니즘이 없는 곳이 꽤 많다. 오히려 이를 회피하고 서로 탓을 돌리거나, 다른 사람 작업이 우선되야 내 작업을 할 수 있다며 떠넘기기도 한다.

리더는 필요하다.

초기에 구글에서는 관리자 없이 모든 엔지니어가 최고 임원에게 직접 보고하는 디스오그 실험(disorg)이 실행된적이 있다. 중간 관리자를 없애는 이와 비슷한 실험들은 간혹 큰 조직에서 자주 일어나곤 하는데, 구글의 실험도 이와 같은 일환이였고, 임원진들이 모두 동의한 아이디어였다. 이에 대해 빌은 관리자를 두는 것이 좋겠다고 이야기하며, 지나가는 엔지니어에게 바로 물어보는 장면이 나온다.

빌은 그들에게 관리자가 필요하냐고 물었다.
“네 필요합니다.”
“왜?”
“보고 배울 수 있는 사람이나 어색한 사이를 좁혀줄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해요.”
빌 캠벨, 실리콘밸리의 위대한 코치, P55

이 일을 계기로 했는지 구글의 디스오그 실험은 2002년 말에 종료되었다고 한다. 관리자는 꼭 필요할까? 실제로 중간관리자의 존재에 대한 논문은 꽤 다양하게 주장이 이어지고 있는데, 1991년에 발표된 논문에 의하면 혁신 기업의 경우, 자원을 조정하고 갈등을 해결할 관리자들이 필요하다고 주장했고, 2012년에 한 연구에 따르면, 비디오게임 산업에서 강력한 중간관리는 전체 매출 변동폭의 22퍼센트를 차지했다고 이야기했다. 조금은 다르지만, 창의성을 위해서라면 관리자가 없어야 한다는 논문도 있었다. 2005년에 출간된 논문에 의하면 창의성은 위계적인 조직보다는 수평적인 환경에서 꽃을 피운다고 이야기했다. 빌은 관리자가 꼭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코치였다.

그렇다면 관리자 중에서도 뛰어난 리더는 어떤 사람일까? 책에서 가장 와닿았던 말은 잘못된 의사소통으로 생기는 사람들 사이의 틈을 메우는 일이였다. 리더에겐 다양한 능력이 요구되지만 그 중에서도 일이 돌아가게 하는 능력, 즉 의사소통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걸 명심해야 한다.

실제로 업계에 있으면서 중간관리가 있는 곳도 있어봤고, 없는 곳도 있어 본 바로는 국내에선 중간 관리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나 과소평가 되는 경향이 있다. 예를 들면, 10년차 이상의 프로그래머를 생각해보자. 대부분의 프로그래머가 관리자로 갈거냐, 전문가로 갈거냐를 고민한다. 특히 관리자보단, 전문가에 가고 싶어한다. 왜일까?, 조금은 다른 이야기이지만 국내에는 아직 중간 관리자가 업무적인 역량에 의한 존재가 아닌 정치적인 존재로 많이 읽혀진다. 개인적인 역량의 발전은 없고 회사를 위해 헌신하기만 하는 그런 존재말이다. 허나 내 생각은 조금 다르다. 관리자에도 비전이 있다. 뛰어난 전문가 10명보다, 뛰어난 중간관리자 1명이 프로덕트를 성공으로 이끈다.

팀이 우선이다.

빌은 지독한 팀 퍼스트 주의자였다. 언제나 팀을 구성하려고 했다. 팀원들도 팀으로 헌신하길 바랬다고 한다. 어떤 어려운 문제가 닥쳐도 그는 팀을 만드려고 했다. 그의 첫번째 원칙은 문제를 해결하기 전에 팀을 만드는 것이었다. 이는 팀이 직면한 특정한 문제를 해결하는 것에 도움을 주는 것이 아니라 팀 자체에 집중했으며, 이로 인해 실제로 일을 수행할 능력이 있는 사람들이 일을 할 수 있게 한다는 뜻이 담겨있었다.

셰릴 샌드버그는 이렇게 말했다. “그는 언제나 팀을 만들고 있다는 인상을 줬어요. 빌의 코칭은 경영진 코칭도 아니였고 커리어 코칭도 아니었어요. 나만을 위한 코칭도 아니었죠. 언제나 팀을 위한 코칭이었어요.”

빌 캠벨, 실리콘밸리의 위대한 코치, P152

IT뿐만아니라 게임개발에서도 팀은 매우 중요하다. 개인적으로 제일 좋아하는 말 중에 최고의 팀이 최고의 게임을 만든다라는 말이 있다. 슈퍼셀에 신념으로 나오는 말인데, 나도 이에 매우 매우 동의한다. 개인이 모든걸 하기엔 게임의 파이가 너무 커졌을 뿐더러, 경쟁은 치열해지고 있다. 혼자만의 능력으로 이 거대한 시장에 진입하긴 매우 어려우며, 잘 할 능력이 있는 사람이 잘 할 수 있도록 팀을 꾸리고 운영하는 게 더 좋은 게임을 만들 수 있다.

마무리 하며

이 책은 내가 마음속에 품고 있던 가치관의 깊이를 메워주는 책이였다. 책을 읽는 것만으로 코칭을 받은 느낌이였고, 좋은 리더가 될 수 있을 것 같은 생각도 많이 들었다. 위에 언급한 내용외에도 리더 혹은 관리자로써 코칭이 될만한 많은 문구들이 있다. 초보 관리자나 리더인 경우 꼭 한번 읽어보길 권장한다.